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이 조용한 폭풍 전야에 놓여있다. 표면적으로는 전자상거래 물동량 변동과 같은 단기적 이슈에 이목이 쏠려 있지만, 업계 깊숙한 곳에서는 향후 10년 이상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구조적인 '화물기 대란'의 전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항공화물 전용기 시장에서는 노후 기종의 대규모 퇴역, 신규 화물기 생산의 공백, 그리고 여객기의 화물기 전환(P2F) 프로그램의 심각한 병목 현상이 맞물리며 전례 없는 공급 제약 사태가 예고되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아틀라스 항공(Atlas Air)의 마이클 스틴(Michael Steen) CEO가 "2040년대까지 대형 와이드바디 화물기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구조적으로 이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경고한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단적인 표현이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현재 시장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에 기반한다.
문제의 핵심은 기존 화물기 퇴역과 함께 신규 화물기 생산라인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잉 B747 화물기는 이미 단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제 시장의 기대는 보잉의 B777 계열과 에어버스의 A350F 로 옮겨갔다.
하지만 최신형 화물기는 심각한 '생산 절벽'이 눈앞에 다가왔다. 현재 생산 중인 주력 모델인 B777−200F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강화된 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2027년 생산이 강제 종료된다. 문제는 그 뒤를 이을 차세대 화물기인 B777−8F와 A350F의 시장 진입이 빨라야 2027년 말 또는 2028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최소 1년 이상의 대형 와이드바디 신규 화물기 생산 공백을 의미하며, 항공사들의 기단 현대화 및 확장 계획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된다.
동시에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전환(P2F) 프로그램은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이 역시 아직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B777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프로그램은 인증 절차 강화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이 주도하는 세계 최초의 B777−300ERSF 전환 프로그램은 당초 예상보다 인증 절차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데, 수많은 선주문에도 불구하고, 아직 단 한 대의 항공기도 상업 운항에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 '가장 불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개조할 항공기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여객 수요로 인해 항공사들은 노후화된 B777 기종의 퇴역을 미루고 최대한 운항에 투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고 시장에 나오는 노후 여객기의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기 가치 평가 기관 IBA에 따르면, 현재 절반 정도 사용한 B777−300ERSF 전환 비용은 항공기 구매 비용을 포함해 약 7,500만∼8,000만 달러에 달하며, 엔진 수리까지 필요할 경우 총비용은 1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웬만한 신규 화물기 가격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P2F의 경제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중 간 전자상거래 규제 변화로 인한 전세편 취소 등을 근거로 수요 둔화를 예측했지만, 시장은 보란 듯이 회복탄력성을 보였다. 중국발 화물은 멕시코나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경로를 신속하게 찾아냈으며,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구조적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처럼 견고한 수요는 노후화된 현재의 화물기 기단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페덱스(FedEx)가 최근 MD−11F 3대를 포함한 12대의 화물기를 퇴역시키는 등, 시장의 허리를 담당해 온 MD−11F, B747−400F와 같은 20~30년 된 기체들의 퇴역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결국 퇴역하는 항공기의 수는 새로 보충되는 수를 압도하기 시작할 것이며, 공급 부족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카고프레스 & cargopres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보기
NEWS - 최신 주요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